
미국과 이란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주간의 휴전 이후 첫 종전 협상 회담을 갖는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을 촉발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소와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 문제가 협상의 운명을 결정할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양측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치열한 장외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출발 전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협상을 기대하며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이란을 향해 ‘장난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압박 메시지를 이란에 보내며 밴스 부통령의 출발을 뒷받침했다.
이란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갈리바프 의장은 밴스 부통령의 전용기가 이륙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레바논 휴전과 이란 동결자산 해제를 협상 개최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며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협상장에 앉지 않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전쟁 발발 후 이란이 사실상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는 이번 협상의 최우선 의제로 꼽힌다.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석유의 4분의 1, 천연가스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로, 봉쇄 장기화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이 휴전 조건으로 해협 봉쇄를 즉각 해제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극소수 선박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이란 정권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이 핵무기보다 강력한 협상 무기’라는 인식을 굳히고, 해협 관리권을 종전 이후까지 제도화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상태다.
이란 핵 문제는 이번 협상의 본질적 영역이다. 이란의 핵 개발 저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에 나선 핵심 명분이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금지가 협상 목표의 99%“라고 직접 못 박았다.
미국은 핵시설 해체와 우라늄 농축 금지, 보유 농축 우라늄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걸면서도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농축권 유지를 고수하고 있어 간극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뛰어넘는 결과를 확보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도 안고 있다. JCPOA는 우라늄 농축도를 3.67%로 제한하고 IAEA 사찰을 허용하는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하마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 ‘저항의 축’ 대리 세력에 대한 이란의 지원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를 중동 안보의 구조적 불안 요인으로 보는 반면, 이란은 이들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고 있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이란은 휴전 이후 이스라엘이 레바논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하는 것을 협상 선결 조건 해소의 전제로 내걸고 있다.
제재 해제 문제는 상대적으로 양측 협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의제로 꼽힌다. 이란은 협상 착수 전에 약 1천억 달러(약 148조원)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를 먼저 요구하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와 IAEA의 모든 대이란 결의 종료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다만 미국은 이란의 핵·호르무즈 의제 양보 수준에 연동해 제재를 단계적으로 풀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